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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부 자료실

울분을 만드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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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4-09-27
울분을 만드는 세상 ▲ 민성길 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수 우리 사회에 자살자가 하루 평균 30명으로 급증했고, 자살에 의한 사망률이 인구 10만명당 24명에 이른다는 통계청 발표가 있었다. 특히 20~30대의 사망원인 1위를 차지했다. 자살 급증의 원인으로 통계청측은 경제위기, 가정 파탄, 사회지도층의 자살 등으로 인한 생명경시 풍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고 한다. 또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직장인 4명 중 1명이 중독 초기에 이를 만큼 음주도 심하다고 밝혔다. 음주로 인한 생산성 손실, 질환, 범죄 등 우리나라의 연간 경제·사회적 비용도 14조5000억원을 훨씬 넘고 국내총생산(GDP)의 2.8%에 달해, 선진국들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자살과 음주는 각기 별개의 현상처럼 보이지만 많은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그것은 분노와 우울증이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억울하고, 분하고, 비참하고, 자신이 초라하고, 한스럽고, 화병이 날 지경인 그 현상이다. 정신의학에서 우울증이란, 분노를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게 하여 자신을 자책하고 응징한 결과로 해석한다. 그 자해 행동의 가장 극단적이며 최후의 수단이 자살인 것이다. 현대 정신의학은 음주도 우울증의 한 표현으로 본다. 술을 마시고 웃고 떠들고 하는 것은 우울증과 분노를 감추기 위함이다. 그 증거로, 술 마시던 사람이 술을 안 마시면 울적해지고 예민해져서 화를 잘 내는 것을 볼 수 있다. 회식자리가 흔히 울부짖는 행동이나 싸움으로 끝나는 수가 있어, 음주의 진짜 원인을 드러내고 만다. 특히 습관성 중독이란 술로 인한 간질환, 치매, 폭력 등의 여러 해독을 알면서도 마시지 않을 수 없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그러므로 음주는 의학적으로는 자해인 셈이다. 정신의학에서 음주를 ‘만성 자살’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자살과 음주가 증가하는 이유는 바로 우울증과 분노, 즉 울분의 증가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최근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자살도 울분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정부관계자는 경제위기나 가정파탄이 자살의 원인이라고 했는데, 울분이 먼저 오고 그 때문에 경제위기나 가정파탄이 왔다고도 볼 수 있다. 화가 나고 우울한데, 언제 사업이나 가족 간의 대화에 흥미가 생길 수 있겠는가? 이들은 모두 고리를 이루어 악순환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자살이 증가하고 음주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 걱정한다면, 지금은 어딘가에서 남몰래 울분을 삭이려고 애쓰고 있는 사람에 대해 걱정해야 마땅하다. 실제로 사회 전반에 울분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여기저기 분통을 터뜨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 자신들이 못나서 그럴까, 혹은 세상이 나빠서 그럴까? 분통을 터뜨리게 만드는 사람들이 따로 있을까? 우리 사회에 이런 울분의 사태를 보고 몰래 만족해하는 사람은 설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람이 있을 가능성은 있다. 그들은 자신 때문에 누군가 상처받고 억울해 하고 분해 한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하루 빨리 우리 사회의 울분에 대해 올바로 진단하여, 다수가 술 없어도 신바람이 나는 세상이 되도록, 스스로를 해치는 일을 생각할 수 없는 사회로 치료해주기 바랄 뿐이다. ( 조선일보 기사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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