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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잡아야 병원이 산다… ´50만 환자´ 모시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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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9-04-26
암환자, 입원자중 40~50% 병원들 암센터 증설 바람
한 명이 하루 10여건 수술 의료 질적 저하 우려
주요 대학병원들 간에 암(癌) 환자 유치전이 치열하게 불붙었다. 인구 고령화로 암 환자가 급속히 늘면서 지금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는 암 환자는 50만명에 달한다. 병원마다 전체 입원 환자의 40~50%가 암 환자로 채워지자, '암 잡아야 병원 산다'며 대형병원들이 '암 전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암 센터를 새로 짓거나 키우고, 로봇 수술이며 컴퓨터 조종 방사선 치료기 등 각종 첨단 암 치료 장비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암 환자를 보내주는 병·의원 의사들에겐 식사 대접도 하고 각종 혜택도 주고 있다.
◆빅5의 '암 전쟁'
서울대·연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big)5' 병원들은 암 환자를 고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의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국 병·의원에서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을 보내주는 의사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암 마케팅'의 확실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빅5는 이들 의사에게 '협력 병원'이라는 타이틀을 주고 학술 세미나에 무료로 초청하거나 '협력 의사'들이 보낸 암 환자는 좀 더 신속히 처리한다는 약속도 내건다. 수술이 끝난 후 간단한 처치는 협력 병원에서 이뤄지도록 하여 '환자 뺏어 가는 병원'이 아니라는 전략을 쓴다.
대외적으로는 각기 저마다 대표적인 암 치료 무기를 내세운다. 지난 20일 서울아산병원 암 센터 진료실. 대장암 환자 안모(49)씨 앞에 종양내과·외과·영상의학과·방사선종양학과 의사들이 둘러앉았다. 대장암이 간으로 전이된 안씨 케이스를 놓고 의료진과 환자가 15분에 걸쳐 토론을 벌인 후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세미나 진료'다. 이 병원이 내놓은 대표적인 '암 상품'이다.
지난달 1200병상 규모의 새 병원을 연 서울성모병원은 500병상을 암 병원으로 배정했다. 백혈병 등 혈액암 환자를 위한 조혈모세포이식센터가 아시아 최대 규모인 것이 자랑거리다. 암 환자들이 입원하지 않고 외래에서 편하게 항암제를 맞을 수 있도록 국내 최대 60여 병상의 외래 항암치료실도 갖췄다.
지난해 지상 11층, 지하 8층 건물에 655병상의 암 센터를 개원한 삼성서울병원은 1년 사이 암 치료 규모를 2배 가까이 키웠다. 암 센터 이전 2007년 암 수술 건수가 7258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만2524건으로 73% 늘었다. 병원은 암 환자를 위한 요가·명상·외모관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여 '암 생존자'에 대한 관리에도 나서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내년에 완공될 신규 암 센터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낮 병동(아침에 병원에 왔다가 치료 받고 저녁에 나가는 병동)과 통원(通院) 수술 센터를 지어 국내 처음으로 외래 위주의 혁신적인 암 치료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서울대는 우수 연구 인력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고 새로운 암 치료법을 적용하는 임상시험이 많다는 장점을 내세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최초로 로봇 암 수술을 도입하여 국내 의료계에 '로봇 바람'을 일으켰다. 로봇 수술은 로봇 팔이 환자 몸 속으로 들어가 정밀하게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2012년까지 지상 15층, 500병상 암 센터를 새로 건립할 계획이다.
다른 대학병원들도 특성화된 전략으로 암 환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고려대병원은 로봇 수술 센터를 열고 대장암·전립선암·위암·갑상선암 수술 등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이화여대병원과 관동의대 제일병원은 여성 환자를 잡기 위해 여성 암 센터를 잇달아 열었다.
◆"환자 편중으로 치료 질 저하 우려"
암 치료 시장(市場)은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0~2007년 사이 암 환자는 두 배(21만8700명→49만3500명), 암 진료비는 3.3배(7459억원→2조6433억원) 늘었다.
매년 암 진료비 규모는 18.6%씩 성장하고, 암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암 환자가 평생 병원 고객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암 환자가 대학병원의 가장 큰 타깃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일부 대형병원에 암 환자가 편중되면서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대장암의 경우 한 해 1만2000여 건의 수술이 이뤄지는데 절반가량이 '빅5'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장암 전문의 K 원장은 "일본 외과 의사들이 대형병원에 와서 보고는 한 명의 전문의가 하루에 암 수술을 10여 건씩 '수술 공장'처럼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더라"며 "일부 대형병원은 암 환자가 수술 받는 데 한두 달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건 되레 암을 키우는 꼴"이라고 말했다.
지방 환자들의 서울 집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암 기러기' 가족도 늘고 있다. 충북 청주에서 올라와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백혈병 치료를 받고 있는 이모(13)군과 어머니 한모(39)씨는 1년째 가족과 떨어져 병원 근처의 오피스텔에 머물고 있다. 한씨는 "지방 소아암 환자의 80% 이상이 서울에서 치료 받느라 이산가족 생활을 하고 있다더라"고 전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한 명이 하루 10여건 수술 의료 질적 저하 우려
주요 대학병원들 간에 암(癌) 환자 유치전이 치열하게 불붙었다. 인구 고령화로 암 환자가 급속히 늘면서 지금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는 암 환자는 50만명에 달한다. 병원마다 전체 입원 환자의 40~50%가 암 환자로 채워지자, '암 잡아야 병원 산다'며 대형병원들이 '암 전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암 센터를 새로 짓거나 키우고, 로봇 수술이며 컴퓨터 조종 방사선 치료기 등 각종 첨단 암 치료 장비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암 환자를 보내주는 병·의원 의사들에겐 식사 대접도 하고 각종 혜택도 주고 있다.
◆빅5의 '암 전쟁'
서울대·연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big)5' 병원들은 암 환자를 고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의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국 병·의원에서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을 보내주는 의사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암 마케팅'의 확실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빅5는 이들 의사에게 '협력 병원'이라는 타이틀을 주고 학술 세미나에 무료로 초청하거나 '협력 의사'들이 보낸 암 환자는 좀 더 신속히 처리한다는 약속도 내건다. 수술이 끝난 후 간단한 처치는 협력 병원에서 이뤄지도록 하여 '환자 뺏어 가는 병원'이 아니라는 전략을 쓴다.
대외적으로는 각기 저마다 대표적인 암 치료 무기를 내세운다. 지난 20일 서울아산병원 암 센터 진료실. 대장암 환자 안모(49)씨 앞에 종양내과·외과·영상의학과·방사선종양학과 의사들이 둘러앉았다. 대장암이 간으로 전이된 안씨 케이스를 놓고 의료진과 환자가 15분에 걸쳐 토론을 벌인 후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세미나 진료'다. 이 병원이 내놓은 대표적인 '암 상품'이다.
지난달 1200병상 규모의 새 병원을 연 서울성모병원은 500병상을 암 병원으로 배정했다. 백혈병 등 혈액암 환자를 위한 조혈모세포이식센터가 아시아 최대 규모인 것이 자랑거리다. 암 환자들이 입원하지 않고 외래에서 편하게 항암제를 맞을 수 있도록 국내 최대 60여 병상의 외래 항암치료실도 갖췄다.
지난해 지상 11층, 지하 8층 건물에 655병상의 암 센터를 개원한 삼성서울병원은 1년 사이 암 치료 규모를 2배 가까이 키웠다. 암 센터 이전 2007년 암 수술 건수가 7258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만2524건으로 73% 늘었다. 병원은 암 환자를 위한 요가·명상·외모관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여 '암 생존자'에 대한 관리에도 나서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내년에 완공될 신규 암 센터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낮 병동(아침에 병원에 왔다가 치료 받고 저녁에 나가는 병동)과 통원(通院) 수술 센터를 지어 국내 처음으로 외래 위주의 혁신적인 암 치료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서울대는 우수 연구 인력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고 새로운 암 치료법을 적용하는 임상시험이 많다는 장점을 내세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최초로 로봇 암 수술을 도입하여 국내 의료계에 '로봇 바람'을 일으켰다. 로봇 수술은 로봇 팔이 환자 몸 속으로 들어가 정밀하게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2012년까지 지상 15층, 500병상 암 센터를 새로 건립할 계획이다.
다른 대학병원들도 특성화된 전략으로 암 환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고려대병원은 로봇 수술 센터를 열고 대장암·전립선암·위암·갑상선암 수술 등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이화여대병원과 관동의대 제일병원은 여성 환자를 잡기 위해 여성 암 센터를 잇달아 열었다.
◆"환자 편중으로 치료 질 저하 우려"
암 치료 시장(市場)은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0~2007년 사이 암 환자는 두 배(21만8700명→49만3500명), 암 진료비는 3.3배(7459억원→2조6433억원) 늘었다.
매년 암 진료비 규모는 18.6%씩 성장하고, 암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암 환자가 평생 병원 고객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암 환자가 대학병원의 가장 큰 타깃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일부 대형병원에 암 환자가 편중되면서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대장암의 경우 한 해 1만2000여 건의 수술이 이뤄지는데 절반가량이 '빅5'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장암 전문의 K 원장은 "일본 외과 의사들이 대형병원에 와서 보고는 한 명의 전문의가 하루에 암 수술을 10여 건씩 '수술 공장'처럼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더라"며 "일부 대형병원은 암 환자가 수술 받는 데 한두 달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건 되레 암을 키우는 꼴"이라고 말했다.
지방 환자들의 서울 집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암 기러기' 가족도 늘고 있다. 충북 청주에서 올라와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백혈병 치료를 받고 있는 이모(13)군과 어머니 한모(39)씨는 1년째 가족과 떨어져 병원 근처의 오피스텔에 머물고 있다. 한씨는 "지방 소아암 환자의 80% 이상이 서울에서 치료 받느라 이산가족 생활을 하고 있다더라"고 전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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