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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조절, 의사 - 환자 신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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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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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당뇨병이라고 하면 먹을 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주로 걸리는 소위 '부자병'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10명만 모여도 누군가는 혈당이 높고 10초당 전 세계에서 당뇨병 환자가 한 명씩 사망하고 30초당 누군가의 발이 절단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뇨병은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도 확진이 가능한 질병이고, 이 검사는 기본적인 건강검진 항목에 들어가 있으므로 진단이 어렵지는 않다. 오히려 병 자체는 너무 쉽게 잡아내지만 그 이후에 부닥치는 말 못할 어려운 상황들 때문에 환자들에게 커다란 심적 고통을 주게 된다. 혹자는 먹는 것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해야 하니 당뇨병만큼 치사한 병은 없다고 한다. 당뇨병을 보는 의사로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더욱 치사한 것은 혈당이 어정쩡하게 높더라도 환자들이 느끼는 불편은 전혀 없다가 나중에 합병증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당뇨병은 환자와 의료진 간의 믿음이 치료의 전부를 차지하는 질환이다. 혈당이 노력한 만큼 떨어지지 않으면 의사는 환자가 먹는 것을 의심할 수밖에 없고 환자는 의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혈당 조절에서 환자는 억울한 면이 있을 수도 있다. 당뇨병은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원인이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기 때문에 치료약물도 그에 따라 신속하게 바꿔줘야 한다. 결국 환자는 의사의 권고를 갖은 정성을 기울여 따라하는 데도 혈당 조절에 실패하거나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당뇨병 약물들도 다른 분야처럼 고가이지만 새롭게 개발되거나 기존 제품의 단점을 보완한 것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어찌 보면 더 이상의 혈당강하제 개발은 필요없을 정도로 충분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합병증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잘 관리되는 당뇨환자는 3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의료진도 어려운 점이 있다. 당뇨환자뿐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은 식사만이 혈당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혈당은 식사뿐 아니라 사이 사이에 먹거나 마시거나 하는 모든 것들이 관여한다.
또한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혈당도 있다. 즉 식사를 포함해서 중간 중간 환자가 먹거나 마시는 모든 것을 의료진에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야만 제대로 된 답을 들려주고 적절한 약물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시중에 떠도는 당뇨병에 관한 잘못된 악성루머, 우리 정서상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던지는 무책임한 말들이 당뇨병 환자의 건강을 해치고, 제대로 가야 할 치료에 커다란 장애가 되기도 한다.
당뇨환자의 혈당 조절은 아무리 생각해도 쉽지는 않다. 하지만 환자와 의료진 간의 신뢰가 바탕이 된다면 다른 어떤 질병보다도 환자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이제라도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의료기관에서 혈당이라는 숫자가 환자의 건강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고경수 인제대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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