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참여
감정기복 장기간 심하면…“우울증 아닌 조울증”
- 담당부서 :
- 전화번호 :
- 등록일 :2009-04-26
![]() |
[동아일보]
수면장애-식욕부진 증세 동반깵“우울증약 먹으면 더 악화”
평소 내성적인 성격의 가정주부 김모 씨(44)는 14년째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다음 산후우울증이 생겼다. 불안하고 때로 자살에 대한 욕구도 생겼다. 부부관계가 나빠지면서 스트레스는 더 심해졌고 우울증 약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약은 먹을 때만 반짝 효과가 있을 뿐이었다. 약을 먹지 않으면 우울증이 도졌다.
요즘 봄볕이 따뜻해지면서 김 씨는 자신의 감정이 자주 바뀌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씨는 다시 병원을 찾았다. 조울증 진단이 떨어졌다. 김 씨는 이제 항우울제를 먹는 대신 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 우울증으로 잘못 진단받기도
미국우울조울병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조울증 환자 중 69%가 초기에 조울증 진단을 받지 못했다. 이 가운데 60%는 우울증 진단을 받아 잘못된 치료를 받았다. 조울증 환자의 35%는 초기 발병 후 조울병 진단까지 10년이 걸렸다. 아직까지 조울증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우울증 환자 중 적지 않은 수가 4, 5월이 되면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낮이 길어지고 볕이 따뜻해지는 등 주변 환경이 밝아진 덕분에 우울 증세가 줄어든다. 이 때문에 우울증이 많이 개선됐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울증이 실제로 많이 완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조울증인 경우도 적지 않다. 단지 날씨가 좋아져서라고 잘못 판단할 뿐이다. 비교적 오랜 시간 동안 기분이 좋아지거나 들떠서 일상생활이나 업무가 활기찼다가 다시 기분이 저하돼 우울해지는 상태가 반복될 때 조울증이라고 진단 내린다. 의학적으로는 양극성 기분장애라고 부르기도 한다.
○ 컨디션 좋아졌다고 착각하기 쉬워
조울증은 우울 증상만 보이는 우울증과는 차이가 있다. 성인 다섯 명 중 한 명은 보통 불안하고 우울한 기분, 즉 우울 증세를 보인다. 이때 집중력과 기억력도 떨어진다. 수면장애나 식욕부진 증세가 동반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하면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이럴 때는 우울증이라고 볼 수 있다.
조증은 직업이나 일상생활, 성생활에서 활기를 띤다. 처음에는 일도 잘 되는 것 같다. 당사자도 매사에 열심이다. 그러나 너무 지나쳐 이상행동을 보이고 결국에는 낭패를 겪는 것이다. 자신감이 과도해 고집이 세지고 주변 사람들과 마찰이 잦아진다. 때로는 병적인 상태로 흥분하기도 한다.
환자로서는 조증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컨디션이 아주 좋다”고 생각하기 쉽다. 조증이 발견될 때는 주로 다른 사람 또는 가족과 갈등이 심해지고 돈을 지나치게 많이 쓰고 나서다. 이처럼 활기가 넘치던 사람이 갑자기 우울해져 외부와의 접촉을 줄이고 조용해진다면 조울증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럴 때 주변에서는 “이제야 조용해졌네”라며 무심하기 쉽다.
그러나 이런 조울증 환자의 10%가 자살을 시도하거나 실제 자살한다는 보고도 나와 있다.
○ 적절한 약물치료로 일상생활 가능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조울증과 우울증은 엄연히 다른 병이고 생물학적인 발생 원리도 다르다. 조울증을 우울증으로 진단해 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다. 오히려 우울증으로 잘못 알고 항우울제를 먹으면 조울증은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조울증에는 기분 조절제인 리튬, 발프로에이트, 라모트리진이나 항정신성의약품이 사용된다. 반면 우울증은 프로작과 같은 항우울제를 사용한다. 기분조절제는 말 그대로 감정과 기분을 조절하기 때문에 조증과 우울증 모두에 쓸 수 있지만 항우울제는 우울한 기분을 개선시킬 때만 쓸 수 있다. 조증인 사람에게 항우울제를 쓰면 더욱 감정이 격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조울증 환자는 증상에 따라 입원치료, 약물치료, 정신치료를 받는다. 정신적 흥분상태를 이기지 못해 탈진할 정도인 사람들, 알코올이나 약물을 남용하거나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들은 입원치료가 효과적이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기분조절제를 제대로 복용하면 대부분 증세가 좋아진다. 약물치료로 조울증이 많이 개선됐다면 병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정신치료를 받는다.
(도움말=조현상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정신과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가 적용되지 않는 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