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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병상 대형병원 증축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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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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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전문센터-외래진료 확장…증축용 자금 비축 한창
병원 간 쏠림 현상 가중…“의료비 부담 늘것” 우려도
2000병상 규모의 초대형 병원 시대. 서울아산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그리고 지난달 23일 재개원한 서울성모병원은 바야흐로 ‘단일 병원 2000병상’ 시대를 완료하고 새로운 영토 확장 경쟁에 나서고 있다. 2500병상 고지가 목표다. 병원들끼리는 이를 ‘군비경쟁’이라 부른다. 1000병상 규모에서 2000병상까지가 제1차 군비경쟁이었다면, 2500병상 고지는 제2차 군비경쟁이다.
의료계에서는 소수 대형병원의 병상 확장 경쟁이 치료 전문화에 기여하는 순기능도 있겠지만 의료전달체계 붕괴와 의료비 부담을 가속화해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병상 규제 없어 무제한 증설 가능=‘빅5’로 통하는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대병원 중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네 곳이 2000병상 시대에 돌입했다. 서울성모병원은 3월 1200병상 병원을 신축해 총 2050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1995년 일찌감치 2000병상을 돌파한 서울아산병원은 현재 2670병상이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2050병상, 삼성서울병원은 2000병상에 거의 근접한 1933병상을 두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1600병상으로 적은 편이다. 병원이 병상 수를 무제한 늘릴 수 있는 것은 2000년 의료법 개정으로 지역별 병상 수 제한규정이 철폐됐기 때문이다.
▽전문센터 설립으로 병상 확대=빅5 병원은 일반 병상을 확장하기보다 특정질환전문센터를 만들어 병상을 늘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전문화로 비교우위를 갖겠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은 병원 서관 전체를 리모델링해 770개의 암환자 전용 병상을 만들었다. 이 병원은 암센터, 장기이식센터, 심장병센터, 당뇨병센터 등 센터만 10개에 이른다.
서울대병원은 암센터와 유방센터를 두고 있고 2010년 8월 말까지 현재의 암센터를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서울성모병원은 암 병원 이외 장기이식센터, 심혈관센터, 안(眼)센터의 4개 중점센터 외에 척추, 뇌종양 등 기타 전문센터가 10여 개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구관 자리에 2013년까지 11층짜리 통합 암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암센터, 뇌신경센터 등 9개 센터가 있고 심장혈관센터는 7월에 확장 개소한다.
빅5 병원의 최종 목표는 외래진료도 확장해 전문성과 규모를 모두 확보한 병원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서울성모병원은 “개원 4주차인 14일 기준 일일 외래환자가 5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새 병원 개원 후 하루평균 외래환자가 2008년 3700명에서 35% 증가한 것이다.
▽수도권 내 대형병원 간 격차 심화=빅5 병원의 전문성 강화와 외래 확장에 따라 수도권 내에서도 병원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의 대형병원과 타 지역 대형병원의 격차는 이미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지만 빅5 병원과 다른 수도권 대형병원의 격차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후발 대형병원들이 물량 경쟁에 뛰어들고 있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비영리법인은 연간 매출액의 최고 50%를 고유목적 사업준비금으로 비축해 5년 내 병원 증축 및 개·보수, 새 장비 도입에 쓸 수 있다. 빅5 병원이 유보해두고 있는 사업준비금 규모가 기타 병원과 비교가 안 될 만큼 많다는 것이다.
빅5 병원의 준비금 규모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중 몇몇 병원은 연간 최대 1000억 원을 비축한다는 게 의료 관계자들의 추측이다. 5년이면 수천억 원이 쌓이는데 이 돈이 대부분 ‘군비 경쟁 자금’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국민건강권 위협’ 우려도=일부에서는 이 같은 격차 심화가 의료전달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켜 국민 건강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진석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대형병원은 동일한 의료서비스의 단위당 생산비용이 일반 병원보다 2배 정도 높다”며 “그러다 보니 초음파검사 등 비급여 서비스를 늘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국민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6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서 ‘동일 중증도 동일 질병의 의료기관 종별 입원일당 진료비용’을 보면 맹장수술 같은 간단한 수술의 경우 종합전문병원 진료비가 일반 병원보다 1.9배 비싸다. 천식 진료비는 1.8배, 담석증 복강경 수술은 1.6배 높다.
이 교수는 “정부의 시장주의적 보건의료정책까지 가세할 경우 건강보험제도가 근본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다”며 “포괄수가제, 전국민주치의제도 등을 도입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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