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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안된 보완요법 되레 ´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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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0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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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병을 비롯한 불치병일수록 생약처방, 비방이 얼마나 많은지, 아무한테나 슬쩍 한번 병 자랑을 해보면 알 수 있다. 무슨 병엔 무슨 약이 그만이라는, 들은 풍월 한 두 마디 엮어대지 못할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민간요법은 사람마다 지방마다 다를 뿐 아니라, 무슨 유행바람처럼 새록새록 신효한 것이 등장해 한 때를 풍미하지만 그 수명이 길지 않은 게 특징이다.
우리 산야에서 나는 들풀이나 열매, 버섯 중 한번도 만병통치약 반열에 들어보지 못했으면 그 국적을 의심해야 할 만큼 약초 아닌 것이 없다. …지금은 고인이 된 남편이 암으로 투병 중일 때 병원 말만 믿어야 하느냐, 어느 정도 민간요법을 병행해야 하느냐가 가장 큰 딜레마였다.
입 가진 사람은 하나같이 병원만 믿지 말고 이것저것 좋다는 건 다 해봐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꺼져가는 생명체 하나를 놓고 이것저것 좋다는 걸 다 실험해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의사의 말만 믿는다면 몇 달 후에 죽게 되어 있는 사람을 틀림없이 살려놓겠다는 처방이 있는 데야 어쩌겠는가. 그런 종류의 정보교환은 의료혜택이 닿지 않는 오지나 빈촌보다도 오히려 큰 병원 대합실이나 입원실 사이에서 더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중략…그가 며칠 더 살 수 없다는 게 의사 아닌 가족의 눈에도 확연해진 임종 며칠 전에도 호쾌하게 그런 장담을 할 수 있는 사기꾼,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건 신기해야 할지 감사해야 할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사람도 있었다.
…중략…만약 어떤 병원에서 그런 사기를 쳤더라면 당장 고소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생약이나 민간요법은 속고 나면 그뿐이고 뒤끝이 없다. 그게 도리어 생약이나 민간요법의 정당한 발전을 저해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사기꾼이 끼어들 수 있는 허점이 되고 있는 거나 아닌지.'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와 같은 정통 암 치료법의 지속적인 발달로 암 환자의 완치율이 높아지고 있다. 완치율이 높아지니 암 생존자도 늘어난다. 자연히 암환자와 암생존자의 삶의 질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졌다.
보완요법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보완요법은 현재 사용되는 정통 암 치료법에 보조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증상을 완화하고 삶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전인적인 환자 치료에 기여하는 것이 보완요법이다.
그러나 보완이라는 미명 하에 검증되지 않은 여러 요법이 판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위 수필에서도 보듯이 절박한 심정의 암 환자는 다양한 요법에 귀가 얇아지게 된다. 게다가 주변에서도 이것 저것 많은 것을 싸 들고 찾아오지 않는가. 먹을지 말지 고민도 하게 된다.
많은 연구에서 보여주듯이 일반인보다는 암 환자들이 더 높은 빈도로 치료 중 그리고 후에 다양한 요법을 이용하고 있다. 그렇기에 환자는 그런 수많은 요법들 중 안전하고 근거가 있는 요법에 대해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고, 의료진이 이런 정보를 제공하고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1992년 이후 국가에서 이런 요법들 중 안전하고 근거 있는 요법에 대한 정보제공 및 연구를 위한 기구를 설치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의사협회에서 국립암센터와 함께 암 환자가 자주 사용하는 다양한 요법을 근거 중심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마무리단계에 있다. 얼마 전 필자도 미국 유명 암센터에서 발행한 암치료에 있어 보완요법을 정리한 책을 번역하여 소개하였다.
증상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향상하며, 나아가 질환을 억제할 수 있는 보완요법은, 합리적이고 증거가 뒷받침된 것이어야 하며, 기존의 정통 치료법과 통합되어 사용되어야 한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 이러한 개념으로 보완요법을 수용하고 사용해야 진정한 통합의학(integrative medicine)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하겠다.
전미선 아주대병원 통합의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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