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편견과 사회적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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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20-01-07
편견과 사회적 낙인
조근호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1995년 정신보건법이 처음 제정되기 이전 우리나라에서 정신질환자를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 지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 그저 사회적인 통념에서 이들을 대하다보니, 과거로부터 내려오던 편견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자유롭지 못했다. 그렇다고 법 제정으로 인해 우리나라 사회가 바로 변화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정신질환자를 사회로부터 분리시키기를 원해고, 당시의 법은 그러한 요구를 담았다.
- 정신건강복지법, 사회적 인식과 개선된 시각이 반영
2017년 정신보건법은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개정되었다. 20년에 걸쳐 발전한 사회적 인식과 인권에 대한 개선된 시각이 반영되어, 모든 국민이 정신질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지닌다' 및 '모든 정신질환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고 최적의 치료를 받을 권리를 지닌다'라 는 등의 조항이 이 법의 기본 이념으로 명시되었다. 세계 여러 나라에 정신보건법이 있지만, 정신질환자의 기본 권리가 해당 법의 기본 이념으로 명료하게 자리 잡은 국가는 그리 많지 않다.
- 우리는 아직 정신질환 및 정신질환자를 포용하기에 부족한 측면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약 1,200명에서 1,500명의 패널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및 태도를 조사한 바 있다. 매년 조사 결과에는 일부 변화는 있었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달라지지는 않는 듯 하며, 대부부분의 항목들은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4% 정도는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라고 대답하였으며, 약 70%는 ‘우울증은 치료가 가능하다’라고 응답하였고, 약 72% 정도의 응답자들은 ‘나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응답하였으며, 50% 이상의 사람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같이 일할 수 있다’라고 응답하였다.
반면, 60% 이상의 응답자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위험한 편이다’라고 응답하였으며, 약 35% 정도의 응답자만이 ‘정신질환자 이용 시설이 우리 동네에 들어와도 받아들일 수 있다’라는 선택을 하였다.
즉, 우리나라의 법은 일반국민의 정신건강증진을 도모하는데 기여하고자 변화하였고, 정신질환자를 차별없이 대하고자 해당 조항을 포함하는 등의 변화를 이루었지만, 아직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의 인식이 정신질환 및 정신질환자를 포용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된다.
- 선진국, 많은 예산과 정책적 관심으로 왜곡된 선입견 문제를 해결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인식을 개선하여,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선진국들에 있어서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물론,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예산과 정책적 관심으로 왜곡된 선입견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는 있으며, 이러한 경험으로부터 우리도 많은 부분을 배워서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time to change', 호주의 ’beyond blue'와 같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들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며,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사회 저명인사들이 앞장서서 정부 및 민간과 함께 범사회적으로 인식을 개선하기 노력을 하고 있다.
정신병원 폐지를 주 내용으로 하는 '바살리아법' 시행 초기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 ' 위 캔 두 댓', 정신장애인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자립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 전략화 되고 정교화된 인식개선 노력 필요
불행하게도 2019년은 정신질환에 대한 우리사회의 우려가 더 악화된 측면이 있다. 몇 번에 걸쳐 발생한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로 정신질환자가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져 있다. 하지만, 이럴수록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은 보다 전략화 되고 정교화 될 필요가 있다. 일반 국민들의 정신건강증진에 대한 장벽을 낮추어, 보다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정신건강증진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러한 접근과 함께 중증정신질환에 대한 인식개선 사업은 별도의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즉, 중증질환자에 대한 자발적 치료를 유도하고, 위기 발생 시에 적극적으로 초기부터 대응하여 증상의 악화를 초동에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며, 많은 국민들이 필요성을 공감하고 그 체계를 이해하도록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사회에서 정신질환자가 함께 어울려 활동하거나 거주할 공간을 늘려, 정신질환자와 어울려 사는 삶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우리 사회의 태도를 변화
편견이나 사회적 낙인은 이 사회에 갑자기 발생한 현상이 아니다. 관습처럼 우리사회에 스며들어 있던 우리 사회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일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조급한 성과에 매달리지 말고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노력해 나간다면, 우리사회에서 정신질환을 가진 많은 구성원들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하며 살 수 있는 보다 행복한 대한민국 사회가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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