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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희 기자의 의료 현장 ③ 서울아산병원 김병식 교수의 위암 복강경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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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9-04-26
중앙일보

황세희 기자의 의료 현장 ③ 서울아산병원 김병식 교수의 위암 복강경 수술

기사입력 2009-04-20 00:47 |최종수정 2009-04-20 01:16 기사원문보기


[중앙일보 황세희.강정현] '더 작게, 더 더 작게'. 상처가 클수록 통증은 심하고 회복은 더디다. 투병 일수도 길어지고 합병증 위험도 증가한다. 외과 수술실에서 절개선을 작게 하려는 집도 의사의 노력이 항상 현재진행형인 이유다. 복강경 수술은 외과의사의 이런 꿈을 현실화시킨 혁신적인 수술법이다. 하지만 암처럼 제거해야 할 부위가 많은 수술은 아직도 배를 여는 개복 수술이 대세다. 다행히 의료 장비와 수술법이 발달해 조기에 발견된 암은 복강경 수술이 가능해졌다. 중앙일보는 2004년부터 올 3월까지 조기 위암 환자 1336명에게 복강경 수술을 집도한 서울아산병원 외과 김병식 교수 팀의 수술장을 취재했다.

글=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사진=강정현 기자

# 암 수술 전날에도 여유를 보이는 환자

3월 9일, 56세 이규엽씨는 다음 날 시행될 복강경 위암 절제술을 위해 서울아산병원 외과 병실에 입원했다.

그는 지난해 연말 직장에서 건강검진을 무료로 해준다기에 의정부에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1주일 뒤 “조기 위암이니 빨리 수술을 받으라”는 걱정스러운 통보를 받았다.

가족과 의논 후 서울아산병원 외과에서 수술을 받기로 결심한 이씨는 김병식 교수 외래를 방문해 “복강경 수술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수술 날짜를 잡았다.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기자)

“없어요, 그냥 암 때문에 수술 받아야 한대서 입원했을 뿐이에요.”(환자)

“그래도 막상 내일 암 수술을 받는다니 걱정은 되시겠어요?”(기자)

“별로요, 조기 위암은 수술 결과가 좋대요, 게다가 수술을 많이 한 교수님이 집도하는데요”라며 담담하게 대답한다.

# 배에 구멍 6개 뚫고 카메라·수술기구 삽입

3월 10일 오전 10시30분. 수술 방으로 이씨가 입장하자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은 신속하고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이씨의 가슴과 팔 다리에 맥박·혈압·체온 등을 모니터하는 장치를 부착한다. 이후 수술 부위를 소독약(베타딘)으로 가슴에서 골반까지 수술 부위를 여러 번 닦아낸 뒤 멸균된 4개의 수술용 방포가 이씨 위로 덮어졌다. 모니터를 통해 환자 상태가 좋다는 확신이 든 마취과 의사는 마취를 시작했고, 환자는 금방 잠들었다.


11시, 수술은 환자의 배꼽 주위와 명치 부위, 오른쪽·왼쪽에 각각 2개씩 기구를 넣기 위해 6개의 구멍이 뚫리면서 시작됐다. 재빠른 손놀림으로 배꼽 주위엔 배 속을 관찰하는 카메라와 가스를 주입하는 관이 연결됐고, 나머지 구멍에도 각각 필요한 기구가 삽입됐다.

“가스는 왜 주입하나요?”(기자)

“평상시엔 장이 서로 붙어 있어요, 수술을 하려면 인체에 무해한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배를 빵빵하게 부풀려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김 교수)

“아래로” “위로” “거즈” “○○ 기구 넣고” “○번 실(수술용 실)”….

본격적인 수술이 시작되자 김 교수는 쉬지 않고 수술을 보조하는 5명의 의료진(전임의 2명, 수술장 간호사 3명)에게 뭔가를 지시한다.

수술 장면을 촬영하던 사진기자가 간호사에게 “환자 위에 설치된 수술장 조명등은 왜 안 켜느냐”고 묻자 “확대된 화면을 보면서 수술하기 때문에 조명등이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설명한다.

화면을 보니 김 교수가 삽입된 기구를 이용해 위와 십이지장이 연결된 부위를 자르고 있다.

이런저런 기구를 사용해 위쪽 위도 절제하자 간호사는 카메라를 재빨리 왼쪽 아래쪽 구멍으로 옮긴다. 연이어 김 교수가 배꼽 구멍을 1.5㎝ 정도 더 절개한 뒤 비닐주머니를 넣는다. 화면상 그 속에 절제된 위가 담기는가 싶더니 밖으로 나왔다.

이후 절제된 위와 십이지장을 연결하는 마지막 시술을 끝낸 김 교수는 기자에게 “최근엔 복강경용 자동문합기를 이용해 위와 십이지장을 연결하는 일이 간편해졌다”고 들려준다.

# 환자 9일 만에 집으로

이씨는 십이지장이 일반인보다 짧은 편이라 연결된 부위가 좁아지면서 음식물이 잘 통과하지 않을 위험이 다른 사람보다 높은 편이었다. 만일 이 부위가 막히면 수술 2주 후 풍선으로 넓혀주는 시술을 또 받아야 한다. 다행히 수술 후 사흘째 배에서 가스도 나왔고, 위장관 조영술 검사에서도 문제가 없는 게 확인됐다. 통상 복강경 수술 환자는 수술 후 7일째 퇴원한다. 하지만 이씨는 “환자의 십이지장 조직이 얇아 이틀 정도 더 조심스럽게 관찰하는 게 안전하다”는 김 교수의 조언에 따라 19일 퇴원했다. 4월 13일 외래를 방문한 이씨는 수술 결과에 만족했다.

복강경 위절제술, 배를 여는 수술보다 통증 적고 회복 빠르다

현재 국내 위암 환자 중 절반은 조기 위암, 나머지 절반이 진행성 위암이다.

조기 위암 환자가 늘면서 복강경 위 절제술도 진일보하고 있다. 개복수술과 비교해 수술 후 치료 효과가 동일한 반면 상처·통증·회복기간·사회복귀 등은 모두 크게 줄기 때문이다. 단 수술 중 기계 사용료가 추가 부담되고, 집도의가 복강경 시술법을 터득할 때까지 일정한 수련기간이 필요하다.

복강경 위 절제술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이규엽 환자처럼 6개의 구멍에 각각 필요한 기구를 삽입한 뒤 배 속에서 위를 절제하고 연결하는 방법. 6개의 구멍 중 배꼽 주위엔 카메라가, 오른쪽·왼쪽의 12㎜ 구멍엔 필요한 수술기구를 빼는 기구가 들어간다. 위쪽의 5㎜ 구멍엔 수술할 때 집도의가 위와 주변 조직을 잘 볼 수 있도록 간을 비롯한 각종 주변 장기를 위로, 옆으로 들거나 젖힐 수 있게 하는 기구가 삽입된다. 수술 후 흉터가 거의 없다.

둘째 방법은 위 절제는 배 속에서, 절제된 위와 십이지장 연결은 밖에서 하는 복강경 보조하에 실시하는 위 절제술이다. 이 경우 위와 십이지장을 밖으로 꺼냈다 다시 배 속에 집어넣기 위해 위 절제술 후 명치 부위를 5㎝쯤 추가로 절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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