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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사실 숨기고 핑계 대는 사람 중독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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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09-04-23

조선일보

음주사실 숨기고 핑계 대는 사람 중독 가능성 커

기사입력 2009-04-22 09:36 기사원문보기


나도 알코올 중독 위험?

'청승맞게'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 중엔 알코올 중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큰 유형이 있다.

첫째, 평소 술을 마시던 사람이다. 술을 마시지 않던 사람은 혼자 한두 번 마시다가 '속이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는 등의 느낌이 싫어 더 이상 안 마신다. 그러나 술을 평소 입에 대던 사람은 '힘들고 괴로워서'라는 핑계 삼아 술을 혼자 계속 마시게 된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남궁기 교수는 "경기 불황과 함께 술 소비량이 늘어났다는 것은 술 안 마시던 사람이 더 마신 게 아니라, 먹던 사람이 더 마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평소 쾌활하고 겉으로 강한 척 하는 사람이다. 성격 좋고, 외향적이라는 소리를 듣던 성격의 사람은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사람보다 중독 위험이 더 높다. 외향적인 성격인 사람은 회사나 가정에서 목소리는 크지만, 어려운 일이 닥치면 혼자 해결하려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화를 풀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다가 혼자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은 평소엔 꾹 참았다가 술을 마시면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성격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 술 마시는 핑계를 대는 사람이다. '누구와 언제 어디서 마셨다'는 것보다는 'OO때문에 마셨다'는 신세한탄을 달고 산다. 주변 사람이나 국가, 시대적 상황 탓을 하면서 술을 마실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편다. 술을 정당히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는 이유를 대는 것은 전형적인 '문제 음주자'의 모습이다. 이런 사람은 계속 혼자 술을 마시면 성격도 변하기 쉽다.

넷째, 술 마신 사실을 부정하고 숨긴다. 술을 당당하게 마시지 못하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숨기고 싶어하는 것이다. 집에서도 몰래 술을 사 와서, 식탁이 아닌 컴퓨터 방이나 베란다에서 술을 마시기도 한다. 주변에서 알코올 중독자로 볼까봐 사실을 은폐하는 것은 잘못된 사실을 알면서도 제어를 하지 못하는 알코올 중독 초기단계다. 혼자 술을 마실 때 휴대전화를 아예 꺼놓는 사람도 이런 유형이다.

다사랑병원 김석산 원장은 "혼자 술을 마시다 보면 과음은 물론이고 술에 대한 내성도 생긴다. 즉 1잔만 마셔도 불안과 우울한 기분이 조절되는 진정효과가 있지만, 차츰 뇌가 원하는 술의 양이 늘어 다음엔 3~4잔으로 늘고, 결국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게 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소주 판매 줄었지만 가정용은 증가… "나홀로 음주, 자제 어려워 더 위험"

기사입력 2009-04-22 09:36 기사원문보기
혼자 술을 마시는 '독주가(獨酒家)'가 늘고 있다. 대한주류공업협회 관계자는 "지난 1~2월 소주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5% 감소했지만, 가정용 소주 판매량은 오히려 10%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알코올 중독 전문 다사랑병원 김석산 원장은 "경기 침체로 취직에 실패했거나, 실직이나 사업 실패, 가정불화가 생긴 사람들이 알코올 중독에 많이 빠져들고 있다. 이들은 사람 눈을 피해 혼자서 술을 마신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마시는 술의 양을 떠나서 혼자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를 의학적으로는 '문제성 음주'로 간주한다.

'문제성 음주'란 알코올 중독 직전의 단계이므로, '문제성 음주자'는 '예비 알코올 중독자'라 할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남궁기 교수는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은 불안, 초조, 우울한 감정에 쉽게 빠져들며 이 때문에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된다"며 "술을 마신 상태에서 폭력성을 띠기 쉽고,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혼자 술을 마시면 대화 상대가 없어 마시는 속도가 빨라져 쉽게 취한다. '술을 그만 마시라'고 타이를 상대가 없다 보니 다른 사람과 같이 마실 때보다 같은 시간에 마시는 술의 양이 20~30% 늘어난다.

소주를 소주잔이 아닌 맥주잔이나 머그컵에 따라 마시는 경우가 많아 과음하기 쉽다.

변변한 안주 없이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위 점막을 자극해 위염을 일으키거나 위 출혈을 초래할 수 있다. 간의 알코올 해독능력이 떨어져 지방간도 잘 생긴다.

김석산 원장은 "주 2~3회 혼자 술을 마시거나, 주량이 차츰 늘어나는 것은 중독 단계로 접어든다는 위험신호이므로 빨리 술을 끊어야 한다. 술로 스트레스를 잊으려다 술 때문에 스트레스를 더 받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홧김에 마시다보니… 술냄새 싫어 몇번씩 양치질"

기사입력 2009-04-22 09:36 기사원문보기

혼자서 술 마시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의학적으로 혼자 술 마시는 것을‘문제성 음주’라고 하며, 알코올 중독의 전 단계로 본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늘어나는 '나홀로 음주'… 알코올 중독 초기 김모씨

실직 4개월만에 '폐인' "사람 만나면 자존심 상해"

전화 꺼놓고 숨어 음주


"퇴직을 당한 이틀 뒨가, 친구와 술 마시며 멱살을 잡고 싸웠습니다. 친구는 걱정해 준다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해 줬는데 듣기 싫어 미치겠더군요. 그 다음에도 술만 마시면 사람들과 멱살잡이를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내 처지를 이야기하는 것도, 동정을 받는 것도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혼자 술 마시게 되었습니다."

17년간 다닌 회사에서 지난해 12월 정리해고된 실직자 김모(42)씨의 집을 찾았다. 알코올 중독 초기 증상을 보인다는 의사의 '제보'와 달리 겉보기엔 멀쩡했다. 4개월 새 몸무게가 10㎏가량 빠졌다고 했지만 외모는 멀쩡했다. 입에서 술 냄새도 나지 않았다.

눈을 맞추려 하지 않고 연방 손톱을 깨무는 것만이 조금 남달랐다. 말을 떼기가 어색해 "차 한잔 하러 나가자"고 했더니 대뜸 "술 한잔 하자. 다른 사람과 술잔을 기울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순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잠깐 망설이는데 "사람들 보기도 그렇고 그냥 집에 있겠다"며 더 어두운 컴퓨터 방으로 안내했다.

방엔 빈 소주 7병이 나뒹굴고 있었고, 안주로 보이는 김치 몇 조각이 탁자 위에 올려져 있었다. 자다가 막 깼는지 이불도 그대로였다. "술을 얼마나 마시냐"고 물으니 "하루 소주 2~3병 정도 마신다"고 했다. "나도 그 정도 마신다"고 했더니 "나처럼 혼자 매일 마시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그는 "나도 사람들과 어울려 떠들썩하게 얘기도 하고 소리도 지르며 술 마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런데 나가면 직업 얘기, 돈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고, 그러면 자존심만 상하기 때문에 하루에도 여러 번 전화기를 들었다 놓는다"고 말했다.

혼자 마시는 술 맛은 어떨까? 김씨는 "한마디로 사약(死藥) 마시는 기분이다. 술 마시는 것 아니면 딱히 할 일이 없어 마시는데 한두 잔 마시다 보면 술이 술을 먹는다. 솔직히 맛은 없다. 술 냄새가 싫어 하루 5번 이상 양치질을 한다"고 말했다. '혼자 술 마시기 시작한 또 다른 이유'로 그는 "퇴직을 당한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데 한강변에 앉아 소주를 병째 마시는 TV 드라마 장면들이 생각났다. 그렇게 하면 왠지 폼도 나고 기분도 풀릴 것 같아 따라 해 봤는데 하나도 좋지 않았다. 그 다음부턴 집에서만 마신다"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 1주일은 집에서 푸짐하게 안주를 차려 놓고 소주잔에 따라 마셨다고 한다. 그러나 실직을 당한 처지에 안주까지 챙겨 먹는 자기 모습이 '청승맞게' 느껴져 그 이후엔 안주도 없이 맥주잔에 따라 마신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병 나발'을 불지는 않는다고 했다.

혼자서 술을 마시면서 김씨는 '다른 사람'이 돼 갔다. 우선 바깥 출입이 뜸해졌다. 요즘은 저녁 9시쯤 소주 사러 수퍼마켓에 가는 것이 유일한 외출이라고 했다. 사람들을 만나면 '지금 뭐하냐'는 질문을 들을까봐 어두울 때 나간다고 했다. 사 온 술을 숨기는 버릇도 생겼다. 그는 여행용 가방 속에 숨겨 둔 소주 4병을 살짝 보여주었다. 말수도 줄었다. 보험 설계 일 나가는 부인과 고등학생 아들과도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집에 혼자 있을 땐 형광등 불도 끄고, 집 전화, 휴대전화 모두 꺼놓는 습관이 생겼다.

인터뷰를 하기 전 김씨의 부인과 전화 통화를 했다. 부인 말에 따르면 김씨는 원래 술을 많이 마시는 타입이 아니었다. 마케팅 부장인데도 월 1~2회 회사 전체 회식을 빼곤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런데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월급이 안 나오고 이 때문에 불안, 초조, 우울, 가족에 미안한 감정이 밀려들고, 잠도 이루기 힘들어 '약'처럼 술에 입을 대기 시작했다고 한다. 부인은 "성실하고 반듯했던 사람이 실직 이후 혼자 술 마시면서 180도 변했다. 전혀 다른 사람과 사는 것 같다"고 했다.

가족 이야기를 꺼내자 김씨의 안색과 눈빛이 달라졌다. "미안할 뿐"이라며 맥주잔 가득 따른 소주를 단번에 들이켰다. 그러더니 "19번째 결혼기념일을 이틀 앞두고 (회사에서) 잘렸다"며 흥분을 했다. 화가 풀리지 않는지 소리를 지르며 옆에 있던 물건들을 내던졌다. 온순했던 첫인상은 온데간데 없었다. 영락없는 알코올 중독자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고, 이내 '평정'을 찾았다.

그는 "이런 모습을 보여 미안하다. 나도 술을 마시기 싫다. 이러다 정말 폐인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머리에선 술 생각을 지웠는데, 손은 술잔에 가 있다. 날 좀 도와 달라. 술 끊는 약이라도 있으면 꼭 좀 연락해 달라"고 했다. "중독 증상에서 혼자 헤어나오기는 쉽지 않으니 빨리 전문의의 도움을 받으라"고 충고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스트레스나 회사 일을 핑계 대며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 평범한 직장인들과 김씨의 차이는 종이 한 장도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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